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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17일
그간 박찬욱의 영화에서 나를 매혹시킨 면은 순전히 시각적인 요소였다. 여느 한국 영화와는 다른 경지에 위치한 그의 세련된 미적 감각은 그간의 작품에서 동서양을 동시에 탄복시키는 시퀀스를 창조했다. 그 정점은 바로 <복수는 나의 것>이었다. 그것은 박찬욱 개인은 물론 당대 한국 영화의 최대치였다. 하지만 <박쥐>는 뭔가 다르다. 나는 처음으로 박찬욱의 스토리 텔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물론 박찬욱의 미장센과 몽타주는 더욱 원숙함을 과시하지만, 그것을 압도할만한 내용의 깊이가 이 작품엔 담겨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최상급이다. 송강호는 역시 수동적 캐릭터를 연기할 때에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다. 내지르는 연기에 있어서 그와 비견될 만한 배우들이 몇몇 존재하지만, 집어 삼키는 연기에서 그를 따라갈 한국 배우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전부터 주목해왔던 김옥빈은 드디어 그녀의 가능성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녀는 앞으로 많은 감독들의 뮤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가 박찬욱의 최고작인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의 <복수의 나의 것>을 너무 좋게 봤기에, <박쥐>를 한 번 정도 더 봐야 우열을 가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박쥐>에 대한 내 감동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이라면, 나는 <복수는 나의 것>을 한국 영화에서 최고작 중 하나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