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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04일
내가 홍상수의 모든 영화를 반복해서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영화 세계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본 이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 알지만 서로 모르는 척하고 지내왔던 것들을 집어냈던 홍상수는 이제 너와 나의 치부를 들추는 대신, 그런 치부는 애초부터 만들지 않는게 어떠냐고 충고한다. 그렇다. 위선과 오해가 없다면 우리가 타인에게 부끄러움을 느낄 행동을 할 이유가 무엇에 있으랴. 본인이 아는 것만을 말하고 자신이 안다고 믿는 것이 다른 사람의 앎과 다를 수도 있음을 이해하는 것, 어쩌면 이는 홍상수 최초의 계몽 영화이다. 그의 맛깔나는 대사와 참으로 속물스럽게 그 대사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열연 역시 돋보인다. 특히 빛나는 이는 고현정(고순 역)이다. 고순은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했고 그로 인해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고순의 끝맺음은 무척이나 (긍정적으로) 어른스럽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원인을 미화하지도 않으며, 상대에게 불필요한 미련을 안기지도 않는다. 정직하고 당당하나 무례하지 않다. 이토록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한국 영화에서 만난게 실로 오랜만이다. 그것도 홍상수의 영화에서라니. 나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나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