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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14일
소름이 끼치는 문장을 쓰는 이들이 있다. 내용의 깊이를 넘어서 단어의 조합과 문체의 강약 조절만으로도 독자에게 지적 쾌감을 안긴다. 이는 내가 에세이나 나아가 비평집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이다. 몇 번이고 강조했지만, 고종석의 문장은 내가 가장 따라하고 싶은 그것이다. 김훈은 다르다. 이 사람처럼 쓸 수 없다. 그는 정말 단어와 문장을 피로 쓰는 작가다. <자전거 여행>에서는 미처 알지 못했다. 미문이라고 여겼지만, 언론의 광분이 과찬이라 생각했다. <칼의 노래>를 읽고 압도당했다. 그런 문장은 처음이었다. 기름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비장미 넘치는 문장이었다. 이후 '시사저널'에서 그가 남긴 글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다른 세계였다. 수사가 제한적인 전달에 목적을 둔 하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운 문장들이었다. 기자의 글과 작가의 글의 장점을 공유하는 모범 답안이랄까.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역시 경외로운 문장의 성찬이었다. 책에 적힌 그의 생각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문장을 읽다보면,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와 같은 생각을 절로 품게 된다. 이게 바로 글의, 펜의 힘일 것이다. 김훈은 참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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