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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26일
현실적인 제약만 아니라면 당장 짐을 꾸려 여행을 떠나고 싶다. 어제 오늘 든 생각이 아닌 작년 말부터 누적된 희망이다. 여행을 통해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아닌 새로운 틀 자체를 설계할 생각이다. 익숙한 장소와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왠지 그럴 수 있을 것만 같다. 지금과는 반드시 달라져야 된다는 마음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를 추구하면 안 되는 타당성을 깨달을 수도 있다. 방향을 찾기 보다는, 나는 확신을 얻고 싶다. 이런 마음에 대체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여행 에세이집이다. 어쩔 수 없는 자아 도취와 자기 만족으로 점칠된 여타 여행기와는 달리 하루키의 <먼 북소리>에는 시시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저자의 관점과 특유의 위트가 담겨 있다. 이탈리아를 주요 거점으로 유럽을 여행한 3년 동안의 일상이 담긴 이 책에는 하루키의 '일본인 같지 않음'과 '일본인 같음'이 공존한다. 예를 들어, 남부 유럽 특유의 느긋한 생활 패턴과 비합리적인 일부 시스템에 대한 '일본인' 입장의 불만이 여지없이 등장하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방식은 참으로 일본인 같지 않다. 뭐라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하루키의 글을 읽다보면 그가 유럽인보다 더 유럽인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유럽인 같은 것, 사실 그것은 내가 나에게 부여한 숙제이기도 하다. 전체가 아닌 일부에 한정해서 말이다. |